통제된 사회의 디스토피아 - 일몰의 저편 도서 review

제  목 : 일몰의 저편
지은이 : 기리오 나쓰오
옮긴이 : 이규원
펴낸 곳 : 북스피어
펴낸 일 : 2021년 9월 30일
줄거리 : 어린이 성애증을 소재로 작품을 발표한 작가 마쓰는 문예윤리위원회라고 자칭하는 조직으로부터 소환장을 
받고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되지 않는 어느 바닷가의 격리된 건물에 감금된다. 위원회가 밝힌 감금의 이유는,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남자들을 등장시키는 소설 속 장면을 마땅치 않게 여긴 독자들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예윤리위원회의 요구는 간단했다. 누구라도 공감할 아름다운 이야기만 쓰라는 것. 이에 대한 반론은 허용하지 
않으며 반항하면 감금 기간이 늘어난다. 외설, 폭력, 범죄, 체제비판이 담긴 글을 쓰던 작가들은 이곳에 갇혀 형편없는 취급을 받지만 위원회가 원하는 글을 쓰면 처우가 달라진다. 갱생과 투쟁의 갈림길에 선 작가의 운명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 '기리오 나쓰오'는 하드보일드 소설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여탐정 '무라노 미로'를 주인공으로 한 '얼굴에 흩날리는 비'나 '다크' 등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작품은 하드보일드 풍이라고는 결코 할 수 없는,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 어쩌면 판타지 풍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뭔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차츰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현실이라고 단언할 순 없겠네요) 면에서는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변태'라고 불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현실에 수요가 존재하는 '성애 소설' 작가인 마쓰는 정부기관 중 하나인
문예윤리위원회에 소환되어 어느 시설에 입소하게 됩니다
이 시설에서 작가 마쓰는 본인이 집필한 작품들이 얼마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며 따라서 본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반성하고 수정하여 새롭게 태어나 사회에 복귀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당연히 인권 침해라 생각한 마쓰는 저항하나 시설 밖으로 나갈 수는 없고 식사 제공과 다양한 체벌로 마쓰의 
기본 생활은 제한되고, 결국 점차 시스템에 순응하게 됩니다.
마쓰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소환되어 온 작가들이 있음을 알게 된 마쓰는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욕망에 
적극적으로 시설에 협조하게 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철학을 전면적으로 개조한다는 것에
깊은 반감을 숨길 수는 없고 거의 자포자기 상태로 시설에서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 작품을 읽게 되면 자연스레 'PC(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됩니다.
PC는 Political Correctness의 준말로 말의 표현이나 사용 시 -뿐만 아니라 소설, 영화, 노래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인종, 종교, 성별 등으로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함을 뜻합니다.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얼마나 올바른지, 감히 누구도 이 PC에 저항할 명분은 없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점점 다양화되고 예전에는 당연시하던 것들이 이제는 사회적 차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라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나 불과 4,50년 전에는 선택받은 소수만이 가능했고
그 소수마저 여러 가지 차별에 시달렸던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외에도 서구사회에서의 흑인과 - 아니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라는 PC한 표현이 있습니다- 아시안들의 사회적 위상이라든지 
또 세계 곳곳에서 종교와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 또는 처벌까지 받는 사례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PC함을 강조하게 되는데 차별을 피하려는 의도는 좋으나 이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차이를
부정하게 된다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차별받는 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오히려 남성 혐오나 남성에 대한 차별을 주장한다는 면도 현실에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인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기존에 구축되었던 통념을 바꾼다는 것 - 예를 들어 백설(白雪) 공주의 역할을 흑인이 맡는다는 
역발상이 과연 차별을 없애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들이 있습니다.


작가인 기리오 나쓰오가 의도한 것이 PC함에 치우치고 있는 현실인지 아니면 점점 보수화, 전체주의화가 되어 가는 
일본 사회에 분위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독자들은 둘 중 어느 것이 맞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점차 자체 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창작자들 및 개인에 대한 위협이 현존하고 있고 점차 그 강도가 세어진다는 면에 
주목하게 됩니다.

제한된 시설에 갇힌 상황을 묘사하다 보니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유쾌함과는 거리가 먼
묵직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지만 쉽게 추천하기에는 너무나도 시리어스하고 헤비한 작품이네요
다음에는 좀 가벼운 작품을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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